본문 바로가기

[삶]/♣.....라일락 향기

이야기 셋

이야기... 하나

 

반갑습니다!
반갑심다!
참~~~~상대방을 기분좋게 하는 말이다.
아파트 입주한지 11년이 넘는 동안 가까운 산에 다닌다.
산에 올라가면 동네산이라 온통 안면있는 사람들이지만
잘 아는 사람 아니면 인사하기가 쑥스럽다.

그런데 며칠전에 산을 돌면서 마주 걸어오는 할아버지가
계시기에 무심코 스쳐지나갈 찰나 할아버지가
부동자세로 서서 "반갑심다" 하신다.
순간 내가 잘 못 들었나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시며 전혀 낯선 내게 인사를 하신것이다.
어찌나 죄송스럽다고 할까 나 자신이 송구스러워서
무심결에 마주 고개를 숙여인사를 보내면서
기분이 좋으면서 막 웃음이 났다.

흔히 산에가면 산사람들끼리는 잘도 대화를
나누는걸 본 적은 있지만...그동안 많이 해보지 
못한 일이라서 ....이렇게 서로 먼저 인사주고
받음이 참 ~~즐거운 일이구나....하고 배운다.
ㅎㅎㅎ어제도 누군가가 등나무밑에서 "반갑심다"
하기에 고개들어보니 ㅎㅎㅎ그 할아버지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산에 오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먼저 던지시나보다.

요즘은 아주 많이 불편한  발걸음으로 여전히 산에 오시지만

산밑공원에서 지팡이로 나무마다 탁탁 치시면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신다. 아마도 나무들에게도

인사를 건네시는 모양이다.

오늘은 산위에서 훌라후프를 하는데
내가 매일 하는곳에 가보니 ㅎㅎㅎ쉬고
있는 훌라후프가 없고 사람 웃음 소리가 나기에
훌라후프를 찾아 다른곳에 가서 하고 있으니
노인부부가 다가오시더니..나무에 걸쳐진 작은 훌라후프를
내려서 할아버지가 돌려보시지만
금방 떨어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서 고개들어보니
할아버지가 맘대로 잘 안되시나보다...그런데
조금후에
할머니가 할아버지 허리에 맞추어 후프를
돌려주시면 할아버지는 허리만 돌리신다.
서로 웃음 넘치는 모습이 넘 아름답다.

"할아버지 이거 드릴까요?.."
너무 가벼워서 안되나 싶어서 건넨 내말에
"그건 더 안되는데여~~" 하신다.
그리고 이번에는 할머니가 돌리시는데
아~~~너무 잘 돌리신다.
옆에서 할아버지는 "반대로도 돌려야 운동이 균형있게 되느기라"
하시면서 반대로도 돌리기를 권하신다.

일흔이 넘어보이는 노인부부가 산에 올라와서
주고 받는 그 말..웃음...나란히 걷는 모습...
~~~배운다....나중에 우리들의 모습이기를...
반갑습니다....반갑심다....먼저 한번 건네보는
습관을 가져봄도 좋을듯 하다.

 

이야기... 둘

 

어느날 저녁에 비디오가 보고 싶다는 아이와 함께

가계에 다녀오는 길에 참 이상한 모습을 봤다.

 

아주 작은 사각박스 안에서 하루종일 옴싹달싹하기도 힘들게

앉아계시는 할아버지가 계신다.

예전에는 토큰을 팔았고 지금은 교통카드 충전을

해주는 박스안이다.

가끔은 밖에 나와 가벼운 몸짓으로 몸을 풀고 계시는

모습도 봐왔었는데...그날은 아마도 9시가 넘은듯한 시간에

할아버지가 박스주위를 정리하시고는

두손을 모으시고 사방을 향게 절을 하시는게 아닌가

아마도 연로하신 나이에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보냄을 감사하는 듯에서

그런 행위를 하신게 아닐까...나름대로 생각이 든다.

 

젊은 사람들은 잘되면 자기가 잘나서 그런줄 아는경향이

아주 많은 세상에 그 모습을 보니 왠지 가볍게

보여지지가 않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야기... 셋

 

밤에 학교 운동장에 운동하러 가면

가끔은 학교를 지키시는 할아버지라고 해야하나

아저씨라고 해야할지...아무튼 그분이 학교 주위를

후레쉬를 비추시면서 구석 구석을 살피시고는

늘 하시는게 있다.

조회대위에서 운동장을 향해

구수한 옛노랫가락을 크고 시원스레

즐겁게 부르신다.

자세히 들어보면 그 노래가 그 노래인것 같은데

또 다른 노래를 하시는것 같다.

 

운동장을 걸으면서

그분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를 웃음이 난다.

밤에 근무를 하시면 더 힘드실텐데

잠을 쫒기위한 건지 노래를 즐기시는건지

아니면 하시는 일을 즐기시는건지 모르지만

일을 즐겁게 하시는 분 같다.

 

오늘 저녁에도

국화향 가득한 곳과 배추가 한창 푸름으로

가을 꽃 사이에서 당당하게 자리를 지키는 모습

또 다른 새집에 이사를 가서 아직은 적응하지 못하고

근심스럽게 고개숙인 푸르름을 보면서

이제는 쓸쓸해 지는 가을임을

느꼈다.



'[삶] > ♣.....라일락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련한 기억  (0) 2008.11.16
세상에나 이게 무슨 말인지... ...  (0) 2008.11.08
과연 띨띨한 것일까?  (0) 2008.10.16
어제는  (0) 2008.10.09
시꺼먼 나락  (0) 2008.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