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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라일락 향기

아련한 기억

 

(은행나무가 잎을 떨구느라 취객처럼 흔들리는 요즘 거리에는)

 

음력 시월하고 십팔일은 삼대가 한꺼번에 생일이었다.

이른두살의 시어머님,스무두살의 조카,그리고 나

이렇게... ... 

작년부터 자유다

그래서 

올해는 생일 축하금으로  아들이랑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하고 

저물어가는 가을밤을 걸으면서 테이트를 즐겼다. 

 

어릴적에는 유일하게 생일날이면

꽁보리밥 한쪽편에 얹어서 지은 쌀밥 그리고 밥위에 얹어서 쪄낸 

계란찜이 가장 큰 선물이자 평일하고 다른 생일 반찬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한 날이었는데

지금은 

그보다 몇배나 넘치는 먹거리에 문화에 날아드는 축하 메세지가 

있는데도 한편으로 만약 즐겁지만 않는 이유는 뭘까?

생각이 변해서...

정서가 메말라서...

환경이 변해서...

복합적이겠지...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이랑 온갖 장난을 다하며 

먼거리를 걸어서 

집에 도착하면 늘상 반기는 이 없었지

텅빈 집

밭일 들일로 바쁜 엄마 대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저녁을 지어놓으면 

일에 지치신 엄마의 귀가 

그리고 따뜻하게 군불을 지펴 논 온돌방에 마주앉아 엄마의 

미소를 반찬삼아 한술뜨고 

방바닥에 엎드려 숙제하고 고정된 체널의 라디오 연속극을 들으며

잠들던 그때...

지금도 문을 열면 

반기는 이 없으면 쓸쓸해지던 그때의 내 마음이 자리잡아

늘 아이들의 귀가 시간엔 되도록이면 

집을 지킬려고 한다.

 

그리고 

아직도 궁금함에 찾는 문을 열면

불이 들어와 있으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고

마치 나를 반기는 듯 해서 

캄캄한 어둠만이 감돌면 언제나 

그 옛날 텅빈 집이 나를 반기던 그때가 떠오른다.

 

오늘은 

괜히 맘이 싱숭해져 기억의 한편을 더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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