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면 어릴적 하기 싫은 일중의 두번째는 가을이면 집뒤의 오래된 상수리나무가 있었다. 나무도 무척이나 실하지만 도토리는 정말 살짝이 길며 미끈한 몸매를 한 너무나 이쁜 모양이었다. 바람이 살랑 살랑 불기만 해도 우두둑 떨어지는 도토리 집집마다 농사일로 바쁜 일손들은 이렇게 떨어져 나뒹구는 도토리를 주울 시간적 여유가 없었는지 늘 집 가까이 사는 나는 줍기가 밤보다는 못했지만 재미있었고 엄마는 아까워서 줍는다고 하셨다.
가을 내내 주워서 축담에 주욱 늘어놓으면 도토리는 햇빛에 일광욕을 견디다 견디다 못해 누렇고 딱딱한 겉옷을 살짝 벗기도 하지만 묵을 해 먹을려면 어느정도 모인 것들을 일일이 망치나 돌맹이로 내려쳐서 벗기는 작업을 해야했다. 그때마나 나는 엄마의 일손을 도와야 하는데 마음은 삽짝밖의 친구들 놀이에 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것 역시 정말 하기 싫은 것 중의 하나였다. 어찌 어찌하여 엄마와 힘을 합쳐 껍질을 다 벗기고 나면 물에 담구어서 몇일을 덞은 맛을 우려내고는 묵을 해주셨는데 내 기억으로 그렇다 일한만큼 맛이 있어야 하는데 덞은 맛이 내 온 뇌리에 박혀있음을 그런데 요즘 도토리 묵을 사먹으보면 대체 무얼을 섞었는지 입안가득한 느낌을 만드는 덞은 맛이 별로 나지 않는다. 이 또한 세월의 발전과 내 입맛 역시도 예전같지 않음을 느낀다.
요즘도 그때가 생각나서 가끔 사먹어 보지만 그시절
그 하기 싫었던 그 덞은 맛 투성이 그 묵맛보담 못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