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농촌들녘에는 모내기로 인한 푸르름으로 장식하고 있다. 예전에는 보리를 베어내고 한쪽 귀퉁이에다가 볍씨를 뿌려 못자리를 만든다. 그리고 한동안 손바닥 길이만큼 자라면 엉덩이에 다라이라는 큰그릇을 깔고 앉아 못자리의 물에 옷이 젖지 않도록 하여 모를 뽑아내는 일을 모를 찐다고 표현했다. 모를 알맞게 쪄서는 묶어서 리어카나 경운기에 실어서 모내기 할 논으로 옮겨서 심는다.모내기를 할 수 있을정도로 모를 키우는 과정은 그다지 손 이 많이 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몇번에 걸쳐서 잡초를 뽑아내고 모내기철이 다가오면 물을 대 주곤 했다. 늘 품앗이로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못자리 잡초 뽑는 일은 내 차지였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하미뜰에 자리한 논에 혼자 뽑자면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더 무서운건 갑자기 나타나는 뱀의 출현은 머리카락이 쭈뼛 쭈뼛 일어서게 했다. 그래도 나는 풀을 뽑아내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을수가 없었다 짧은 팔로 다 뽑지 못하면 반대쪽을 한번 더 훑어주면 되었다. 못자리 이야기를 하자니 모내기철에 뜰에는 늘 어른들의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가뭄이 심할수록 인심은 더 나빠질정도로 큰소리는 온들녘에 울려퍼졌지 서로 자기 논에 물을 먼저 대겠다고 남의 물꼬를 막아버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소동이다. 어느 논이나 바쁜건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모내기를 마치고 나면 인심은 다시 되돌아와 정다운 웃음소리 논둑을 넘어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