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년의 시절에 세번째로 하기 싫었던 일은 메주콩 빻기다. 메주를 쑤을때면 엄마는 누런 콩을 깨끗히 씻어 불려서 구수한 냄새가 나도록 삶은 콩을 역시 축담에서 작업이 이루어진다. 땔감도 그렇게 넉넉하지 않고 특히 뒷산에 가면 천지지만 아녀자의 힘으로 하기는 힘든것이어서 아껴야 하므로 햇빛 따뜻한 축담이 제격이다.
김이 무럭 무럭 나는 콩을 큰 그릇에 퍼담아서 내 오시면 우리는 적당한 양을 다시 다른 그릇에 옮겨담아 콩이 반족에서 조금 더 빻아질정도로 빈병으로 빻았던 것 같다. 놀기가 더 좋아던 시절 이 지루함이란 언제나 그릇의 밑바닥이 나올라나 확인하면서도 지금도 엄마는 그때를 회상하면서 안타까워 하시지만 엄마는 혼자서 이리저리 몸 한번 편히 쉬게 할 틈이 없었다.
아마도 가난은 마음의 상처도 뒷문제 아니었나 싶다. 아프고 원망스럽지만 우선 먹고 살아야했기에 이겨낼수 있는 동기가 되지만 가슴에 시꺼멓게 쌓이고 쌍인 상처는 두조각나면서 빻아지는 메주콩을 보면서 조금은 삭여지셨을까? 이웃집에서 빌려온 네모난틀에 빻아논 메주콩을 넣고 천을 덮고 발고 단단이 다져서 새끼줄에 동여메어 방안에 메달아놓았던 메주는 겨울내내 참 감질나게도 했던 간식거리였다. 엄마 몰래 반쪽짜리 메주콩을 빼 먹던 그때 그시절이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