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여름이다. 봄은 봄이라서 좋고 여름은 더 한층 녹음이 짙어가니 더 좋다. 하지만 좋으면 반드시 좋지 않은것도 있듯이 곧 장마가 닥쳐올것이다. 장마라면 지루함 그리고 후덥지근함이 먼저 생각난다. 내고향은 평지에 가까운 지대라 마을앞에 흐르는 낙동강이 장마가 되면 외갓집이 바로 길가에 있는데 외갓집 대문앞까지 물이 올라오곤 했다. 정말 불안한 나날이었지만 우리집은 그래도 조금 지대가 높기도 하지만 바로 뒤산이 있어서 홍수가 되면 어른들은 먼저 피신할곳 부터 걱정하셨다.
빨래도 말리지 못해 눅눅하고 후덥지근한 높은 습도는 사람들은 짜증스럽게 했지만 우리들은 마을앞까지 올라온 강가에서 떠내려오는 풋사과 ,소꿉놀이 장난감을 건지기 위한 위험천만한 짓을 하곤 했다. 그리고 어른들은 물위를 둥둥 떠내려오는 돼지도 잡기도 했다. 그렇게 어린 동심은 걱정보다는 어떤 환경에서도 놀이감을 찾아 잘도 놀았던 기억이다.
한번은 낙동강과 고령방향에서 내려오는 회천강이 만나는 하류 지점인 우리고향에서는 낙동강과 회천강이 한꺼번에 넘쳐 하나를 이루면서 고립될 지경에 어른들은 밤새도록 한숨 주무시지도 않고 제방이 터질까봐 오며가며 오심초사 하셨다.열심히 애쓴 벼농사에 마을이 물에 잠기거나 한꺼번에 휩쓸려가면 엄청난 결과와 고통이 따르니 왜 안그러셨겠는가? | |